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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사주 기초

천간 10글자 완전 정리 —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 열 글자가 바로 하늘의 기운 천간입니다. 열 글자 각각의 오행과 음양, 자연물 이미지부터 갑질과 을사년처럼 일상에 남은 흔적까지 1200살 구미호 도사 묘한이 하나씩 풀어드립니다.

묘한 도사읽는 시간 약 7
인사하는 묘한 도사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어릴 적 어른들이 주판알 튕기듯 외우시던 이 열 글자, 그대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계약서에 갑과 을을 적고, 수능 시험지를 가형 나형으로 나누던 그 글자들이 전부 여기서 나왔습니다. 제가 천 년 넘게 지켜본 바로, 한국인은 알고 보면 매일 천간을 쓰면서 삽니다.

오늘은 이 열 글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열 글자 각각이 어떤 자연물인지, 양간과 음간은 뭐가 다른지, 그리고 이 글자들이 그대의 사주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까지. 다 읽고 나면 그대는 본인 만세력의 윗줄 네 글자를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하늘의 기운을 열 가지로 나눈 이름표

먼저 위치부터 잡고 갑시다. 그대의 사주 여덟 글자는 위아래 두 줄로 나뉘는데, 윗줄 네 글자가 천간(天干), 아랫줄 네 글자가 지지(地支)입니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을 열 가지로 나눈 이름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름 위에서 내려오는 기운에 번호표 대신 이름을 하나씩 붙여둔 거죠.

왜 하필 열 개일까요? 세상 만물을 움직이는 다섯 가지 기운, 즉 목화토금수 오행이 있는데 이 다섯이 각각 양과 음으로 한 번씩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오행 다섯 곱하기 음양 둘, 그래서 정확히 열 글자입니다. 억지로 외울 필요 없이 이 구조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글자가 하나 있습니다. 태어난 날의 천간, 즉 일간(日干)입니다. 사주 풀이에서 일간은 곧 그대 자신이라, 나머지 일곱 글자는 전부 이 글자와의 관계로 읽힙니다. 단체 사진에서 내 얼굴부터 찾듯, 만세력을 펼치면 일간부터 찾으세요.

양간 다섯 글자 — 크고 시원시원한 기운

이제 열 글자를 다섯씩 두 팀으로 나눠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양간 다섯입니다. 양간은 같은 오행 중에서도 크고, 굵직하고, 밖으로 뻗어나가는 쪽을 맡습니다. 글자마다 자연물 이미지 하나씩만 붙여두시면 평생 안 잊힙니다.

갑(甲) — 양의 목, 큰 나무
하늘로 쭉 뻗은 아름드리 나무입니다. 시작과 성장을 상징해서 열 글자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곧게 자라는 만큼 원칙과 자존심이 뚜렷한 기운입니다.
병(丙) — 양의 화, 태양
한낮의 해입니다. 온 세상을 골고루 비추는 빛이라 숨김이 없고 존재감이 큰 기운입니다. 어디서든 눈에 띄고 사람을 끌어모읍니다.
무(戊) — 양의 토, 큰 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서 있는 산입니다. 묵직하게 버티고 품어주는 기운이라, 주변 사람들이 기대고 싶어 하는 언덕 노릇을 합니다.
경(庚) — 양의 금, 바위와 무쇠
아직 다듬지 않은 원석이자 대장간의 쇳덩이입니다. 단단하고 결단이 빠른 기운이라, 잘라야 할 때 망설이지 않습니다.
임(壬) — 양의 수, 바다와 큰 강
끝이 안 보이게 넓고 깊게 흐르는 물입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큰 스케일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음간 다섯 글자 — 작지만 야무진 기운

다음은 음간 다섯입니다. 음간은 같은 오행의 기운을 작고 정교하게, 안으로 다듬어 쓰는 쪽입니다. 크기가 작다고 힘이 약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쓰임새는 이쪽이 더 섬세하죠.

을(乙) — 음의 목, 풀과 덩굴
바람에 눕지만 꺾이지 않는 생명력입니다. 담장이든 바위든 타고 올라가는 유연함이 있어, 어떤 환경에서도 살길을 찾아냅니다.
정(丁) — 음의 화, 촛불과 모닥불
태양처럼 온 세상을 비추진 않아도, 한밤중 꼭 필요한 자리를 따뜻하게 밝히는 불입니다. 은은하지만 오래가는 온기입니다.
기(己) — 음의 토, 밭과 정원의 흙
산처럼 웅장하진 않아도 씨앗을 받아 곡식을 길러내는 땅입니다. 실속 있고 부지런한 살림꾼의 기운입니다.
신(辛) — 음의 금, 보석과 칼날
무쇠를 갈고 다듬어 만든 완성품입니다. 예리하고 반짝이는 기운이라, 디테일과 완성도에서 승부를 봅니다.
계(癸) — 음의 수, 이슬비와 샘물
바다처럼 넓진 않아도 마른 땅 구석구석 스며드는 물입니다. 조용히 생명을 적시는 섬세한 지혜의 기운입니다.

양간과 음간, 뭐가 어떻게 다른가요

같은 목(木)이라도 갑과 을은 사는 방식이 다릅니다. 큰 나무 갑은 태풍이 오면 정면으로 맞서다 부러지기도 하지만, 덩굴 을은 바람에 몸을 맡겼다가 비 그치면 다시 일어납니다. 직진하는 기운과 돌아가는 기운의 차이죠.

그래서 같은 오행을 타고나도 양간인 사람과 음간인 사람은 일하는 스타일부터 다릅니다. 회의실로 비유하면, 양간은 화이트보드 앞에 먼저 나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음간은 그 그림의 빈틈을 찾아 숫자와 일정을 채워 넣는 사람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망치와 바늘 중 뭐가 더 훌륭하냐고 묻는 것과 같으니까요.

제가 고려 시대 장터에서도 봤고 요즘 스타트업 사무실에서도 봅니다만, 판을 크게 벌이는 사람과 그 판을 꼼꼼히 마무리하는 사람이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일이 됩니다. 천간의 음양이 바로 그 짝의 원리입니다.

갑질, 을사년, 청룡의 해 — 일상에 남은 천간의 지문

이건 좀 재밌는 부분인데요. 천간은 지금도 그대의 일상 곳곳에 지문처럼 남아 있습니다. 계약서에서 힘 있는 쪽을 갑, 아쉬운 쪽을 을이라 부르는 건 천간의 첫째 글자와 둘째 글자를 그대로 가져온 겁니다. 갑질이라는 말도 결국 천간의 순서에서 태어난 셈이죠.

연도 이름에도 천간이 박혀 있습니다. 을사년, 갑오년, 병자년처럼 옛 연호의 첫 글자는 전부 그 해의 천간입니다. 뉴스에서 푸른 용의 해니 검은 토끼의 해니 하는 말이 나올 때 그 색깔도 천간에서 옵니다. 갑과 을은 목이라 푸른색, 병과 정은 화라 붉은색, 무와 기는 토라 노란색, 경과 신은 금이라 흰색, 임과 계는 수라 검은색이거든요. 조선 시대엔 달력에 서기 대신 이 글자들을 썼으니, 그 시절 사람들에게 천간은 지금의 연도 숫자였던 셈입니다.

천 년을 살아보니 글자는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더군요. 그대가 오늘 서명한 계약서의 갑과 을에도, 내년 달력의 띠 색깔에도 하늘의 열 글자가 숨어 있습니다. 이제 만세력에서 그대의 일간이 열 글자 중 무엇인지 확인해보세요. 큰 나무인지 촛불인지 샘물인지, 거기서부터 그대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천간 10글자는 순서대로 다 외워야 하나요?

순서를 억지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행 다섯이 양과 음으로 갈라져 열 글자가 된다는 구조와, 갑은 큰 나무이고 병은 태양이라는 식의 자연물 이미지 하나씩만 붙여두시면 충분합니다. 이미지로 기억해두면 사주 풀이를 읽을 때 글자가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Q. 제 일간이 무엇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만세력에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태어난 날의 두 글자, 즉 일주가 나옵니다. 그중 위에 앉은 글자가 일간입니다. 묘한문 만세력에서는 무료로 확인할 수 있고, 일간별 자연물 이미지와 함께 풀이도 볼 수 있습니다.

Q. 양간이 음간보다 좋은 건가요?

아닙니다. 양간은 크게 벌이고 뻗어나가는 힘, 음간은 정교하게 다듬고 마무리하는 힘이라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사주 전체의 조합에 따라 어느 쪽이든 훌륭하게 빛납니다. 세상은 판을 여는 사람과 판을 완성하는 사람이 함께 굴리는 법이니까요.

MYOHANMUN · 묘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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