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새해는 1월 1일이 아니라 입춘입니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정리합시다. 사주는 음력으로 계산한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명리학의 달력은 음력도 양력 1월 1일도 아닌 절기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절기는 태양이 하늘의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스물넷으로 나눈 눈금이라, 사주는 오히려 철저한 태양의 달력입니다.
그래서 사주의 해는 매년 2월 4일 무렵의 입춘에 바뀝니다. 보신각 종소리가 울리는 12월 31일 밤도, 떡국을 먹는 설날 아침도 명리학의 새해가 아닙니다. 양력 1월이나 2월 초에 태어난 그대라면 주민등록상 연도와 사주의 년주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입춘 전에 태어났다면 사주에서는 전년도의 글자를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기준을 놓치면 년주가 통째로 달라지고, 년주에서 나오는 띠 역시 달라집니다. 그대가 알고 있던 띠와 만세력의 년주가 어긋나는 첫 번째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달도 1일이 아니라 절기가 드는 순간에 바뀝니다
월주도 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사주의 달은 매달 1일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절기의 순간에 바뀝니다. 스물네 절기 가운데 달의 문을 여는 것은 입춘, 경칩, 청명 같은 열두 개인데, 입춘부터 경칩 전까지가 호랑이의 달인 인월(寅月), 경칩부터 청명 전까지가 토끼의 달인 묘월(卯月)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날'이 아니라 '시각'입니다. 절기가 들어오는 순간, 그러니까 절입 시각은 해마다 다르고 같은 날이라도 오전일 수도 밤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절입 시각이 한낮이라면, 경칩날 아침에 태어난 아기와 그날 밤에 태어난 아기는 서로 다른 월주를 갖게 됩니다. 절입을 날짜 단위로 뭉뚱그려 처리하는 만세력과 분 단위까지 따지는 만세력의 결과가 갈리는 이유입니다.
그대의 시계는 동경 135도, 서울의 태양은 30분 뒤에 옵니다
이제 시주 차례입니다. 한국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삼는데, 이 기준선은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 열도 쪽을 지나갑니다. 서울의 경도는 대략 동경 127도라서, 태양이 서울 하늘 한가운데에 실제로 오는 시각은 시계의 정오보다 30분쯤 늦습니다. 시계가 낮 12시를 가리킬 때, 서울의 태양은 아직 11시 30분 언저리의 자리에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사주의 시주는 시계가 아니라 태양의 위치로 정해집니다. 하루를 두 시간씩 열두 시진으로 나누는데, 이 눈금의 주인은 표준시가 아니라 그 땅 위의 태양입니다. 조선 시대의 해시계인 앙부일구는 애초에 그 자리의 태양을 그대로 읽었으니 보정이 필요 없었죠. 표준시라는 근대의 약속이 생기면서 시계와 태양 사이에 약 30분의 틈이 벌어진 것뿐입니다.
이 30분이 결과를 바꾸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계로 오후 3시 10분에 태어난 그대의 출생 시각은, 태양의 시간으로 되돌리면 오후 2시 40분 무렵입니다. 시계 기준이라면 신(申)시인 15시에서 17시 사이지만, 태양 기준으로는 미(未)시인 13시에서 15시 사이가 되어 시주의 글자가 달라집니다. 시진의 경계 근처에서 태어난 분들에게 진태양시 보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결과가 갈리는 지점은 두 곳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모으면 만세력끼리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절기의 절입 시각을 어디까지 정밀하게 반영하느냐, 다른 하나는 표준시와 태양시의 차이를 보정하느냐입니다. 두 기준 모두 경계에서 멀리 태어난 분에게는 아무 차이를 만들지 않지만, 경계 근처에서 태어난 분에게는 년주와 월주, 시주의 글자를 바꿔놓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원칙에 가까울까요. 명리학은 처음부터 태양의 움직임을 읽는 학문이었습니다. 해는 입춘에, 달은 절기에, 시는 태양의 위치에 맞추는 것이 고전이 지켜온 일관된 기준입니다. 그러니 절입 시각과 진태양시를 함께 반영하는 계산이 원칙에 충실한 계산입니다.
묘한문 만세력은 이렇게 계산합니다
묘한문 만세력은 위의 원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해와 달의 경계는 절기의 절입 시각으로 판정하고, 시주는 출생 시각에 진태양시 보정을 적용해 계산합니다. 태어난 시각을 시와 분 단위로 입력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계에 걸린 사주일수록 몇 분의 차이가 글자 하나를 바꾸니까요.
계산이 정확해야 그 위에 얹는 해석이 의미를 갖습니다. 아무리 정성스러운 풀이라도 여덟 글자 자체가 어긋나 있으면 남의 사주 이야기가 되어버리니까요. 특히 양력 1월과 2월 초 출생, 절기 무렵 출생, 그리고 밤 11시나 새벽 1시처럼 홀수 시 정각의 앞뒤 30분 사이에 태어난 그대라면 꼭 정밀한 만세력으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천 년 전에는 이 계산을 하려면 관청의 천문학자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지금 그대는 화면 앞에서 몇 초면 됩니다. 도구는 충분히 좋아졌으니, 남은 일은 정확한 기준을 쓰는 도구를 고르는 안목뿐입니다. 그대의 여덟 글자를 제대로 된 기준으로 한번 확인해보세요. 지도가 정확해야 그 위의 길도 정확해집니다.
